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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牧(목)~정의현 길목에 위치...습지 일품

제주牧(목)~정의현 길목에 위치...습지 일품

Source: 제주일보

180. 거친오름(제주시 구좌읍)

제주시 구좌읍 송당리와 덕천리 들녘에 두 개의 봉우리가 어우러져 이뤄진 오름이 자리하고 있다. 바로 거친오름. 두 오름의 모양새가 거칠게 보인다 해 거친오름이라는 이름이 부여됐다.

하지만 먼 옛날 제주목과 정의현을 오갈 때 이 오름의 기슭을 '거쳐서 간다'고 해서 거친오름이라는 이름이 생겼다는 설(說)도 있다.

거친오름은 표고 354.6m, 비고 70m로 그리 높지 않은 복합형 오름이다. 거친오름을 가는 가장 무난한 길은 거슨세미오름 주차장을 경유하는 것이다. 번영로 대천동사거리에서 송당 방향으로 약 2㎞를 진입하면 우측으로는 송당목장, 좌측으로는 거슨세미오름 주차장이다. 차량을 좌회전하고 거슨세미 주차장을 지나 또 2㎞ 넘게 좁은 길을 가다보면 왼쪽으로 그리 높지 않은 산체와 함께 커다란 습지가 등장한다. 이 산체가 거친오름이다.

도로 옆에 오름 표지판 뒤편 끊긴 철조망 사이로 산체에 진입하면 삼나무 낙엽 위로 발자국 흔적과 함께 거친오름 정상으로 안내하는 나일론 끈이 곳곳에 달려 있다.

오름 아랫자락은 하늘을 찌를 듯 곧게 솟아오른 삼나무 숲. 5분여를 걸으니 인공조림 삼나무 숲 대신 소나무숲이다. 나무 사이사이 빈틈으로 출발지점서 10분쯤 오르니 정상.

정상에 서니 야트막한 원형 굼부리가 한눈에 들어온다.

정상굼부리를 한 바퀴 돌며 주위에 펼쳐진 제주 동부지역 오름군(群)을 눈과 가슴에 담는다.

굼부리를 둘러본 북쪽 봉우리로 이동. 이 과정에서는 다소 어려움이 따른다. 워낙 발길이 없는 곳이라 소나무가지와 가시덤불이 앞을 가린다. 전정가위로 눈앞의 장애물을 제거하며 정상에 도착. 정상에도 소나무 등 잡목만 가득할 뿐 조망권은 없다. 먼저 다녀간 이들의 오름동호회 리본만 곳곳에 매달려 있다.

정상에 왔다는 점에 만족하며 맞은편으로 앞서 도착했던 굼부리가 있는 남쪽 봉우리로 향한다. 나일론끈은 고사하고 사람 몸 하나 통과할 틈 없이 가시덤불이 빽빽하다. 전정가위와 가시덤불 제거용 낫으로 겨우겨우 길을 뚫어 굼부리 능선에 도착했다.

"과연 거칠구나."

하산 후 찾은 곳은 거친오름이 품은 습지. 과거 우마(牛馬)의 식수로 이용됐던 '몰쉬운못'(말에게 물을 먹이면서 잠시 쉬게 했던 곳)이라는 습지다. 과거 제주목과 정의현을 오가는 과정에서 이 습지에서 말에게 물을 먹이면서 잠시 쉬었던 곳으로 거친오름이라는 이름 역시 '거칠다'라는 뜻보다는 '거쳐 지나간다' 뜻을 지녔다는 것이 더욱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거친오름은 주위에 많은 오르미들이 찾는 거슨세미오름, 안돌오름, 밧돌오름, 체오름 등이 있이 즐비해 상대적으로 소외받는 오름이다. 이 때문에 거친오름은 인간의 발길이 끊기면서 더욱더 야생성을 더해가며 거칠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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