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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형 굼부리...가을 억새 물결 장관

마르형 굼부리...가을 억새 물결 장관

Source: 제주일보

181. 산굼부리(제주시 조천읍)

제주 전역에 산재한 360여 개의 오름들. 오름의 모양이나, 오름이 서 있는 마을 등을 토대로 저마다의 이름을 갖고 있다.

기생화산인 오름 분화구(噴火口)를 굼부리라고 하는데, 이 '굼부리'라는 단어가 이름이 된 오름이 있다. 바로 제주시 조천읍 교래리 중산간 들녘에 자리한 산굼부리. 이 산굼부리는 하나의 오름이라기보다는 제주의 대표적인 관광명소로 많은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져 있다.

오름의 이름이 '산굼부리'가 될 정도로 산굼부리의 분화구(굼부리)는 특이한 형태를 하고 있다. 굼부리 안에는 원시 상태의 식물들이 보전돼 있어 볼거리는 물론 학술적으로 가치가 매우 높은 것으로 평가돼 1976년 천연기념물로 지정됐다. 살아있는 제주의 생태박물관이다.

제주도민뿐 아니라 많은 관광객에게 '산굼부리' 하면 우선 억새를 먼저 떠올린다. 가을철이면 억새의 은빛 물결이 이뤄내는 장관을 보기 위해 찾은 관광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그러나 산굼부리의 백미(白眉)는 바로 굼부리다.

산굼부리는 표고 437.4m에 비고는 32m에 불과한 야트막한 언덕 수준의 오름이다. 하지만 산굼부리 분화구의 깊이는 약 100m에 지름은 600m가 넘을 정도로 거대하다. 바깥둘레가 2067m, 안둘레 756m에 높이는 100~146m의 원추형 굼부리에다 바닥 넓이만 해도 2만4000여㎡에 이른다.

땅 위로 솟아오른 것보다 땅 밑으로 꺼진 부분이 더 거대한 오름이다. 지질학적으로 산굼부리의 굼부리는 휘귀한 마르(Maar)형 화구다.

세계적으로는 일본과 독일에 몇 곳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마르형 화구는 용암이 거의 분출되지 않고, 폭발에 의해 구멍만 깊숙이 패인 형태로, 태고 제주의 아름답고 신비로운 모습을 간직 중이다.

이 산굼부리에는 애틋한 전설도 내려오고 있다. 옥황상제가 거느리고 있는 별 중에는 견우성, 직녀성 등과 함께 한감이라는 별도 있었다. 어느날 옥황상제의 생일잔치에 한감이 초대됐는데, 그 자리에서 옥황상제의 셋째 딸과 첫눈에 반해 사랑에 빠졌다. 이들의 사랑을 알게 된 옥황상제는 진노해 둘을 지상으로 유배를 보냈는데 그곳이 바로 산굼부리이다. 한감은 사냥을 하고, 셋째 딸은 열매를 채집하며 살았는데, 서로 살다 보니 둘 사이에 틈이 생겨 결국 헤어지게 됐다.

셋째 딸은 제주 남쪽에 터를 잡았는데, 이후 많은 신앙인의 추앙을 받는 신이 됐고 한감은 산짐승들을 돌보며 산신이 됐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옛 영화 연풍연가에서 배우 장동건과 고소영이 걷는 장면으로 산굼부리가 등장한다.

산굼부리의 '산'은 산(山)이 아니라 '살아있는'의 뜻도 내포하고 있는데, 오름과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이 영원하길 염원하는 마음을 담고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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