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y on this page and when the timer ends, click 'Continue' to proceed.

Continue in 17 seconds

탈북 청년들 "북 당국 규제에도 정보유입 가속화"

탈북 청년들 "북 당국 규제에도 정보유입 가속화"

Source: Radio Free Asia

앵커: 한국에서 활동 중인 탈북민 청년들은 북한 당국의 규제 강화에도 불구하고 북한에 대한 외부 정보 유입 추세를 막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정보 기기 발달로 외부 정보에 대한 수요가 줄기는 어렵다는 설명입니다. 서울에서 홍승욱 기자가 보도합니다.

이번 토론회는 한국 영화나 드라마 등 외부 정보에 대한 북한 당국의 탄압 수위가 강화되고 있는 가운데 그 문제점을 짚어보고 해결 방안을 찾기 위해 개최됐습니다.

북한 리과대학을 졸업하고 중앙당 과학교육부 산하 연구소 연구원으로 일하다 탈북해 서울대 석사과정에 재학중인 장혁 씨는 북한 당국이 한국 영화와 드라마 등 외부 정보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지만, 외부 정보 유입 증가 추세를 되돌리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USB 등 외부 정보를 담은 매체가 소형화되고 빨라짐에 따라 유입량이 폭증했고 이를 막기 위해 '평양문화어보호법', '반동사상문화배격법' 등을 새로 제정한 것일 뿐 과거에도 한국 영화를 보거나 노래를 듣는 행위를 '반국가범죄'라며 처벌해왔다는 것이 장 씨의 말입니다.

장혁 씨: 사실 노래 등 콘텐츠를 반국가범죄로 규정하려 하니 말이 잘 안 맞는 것입니다. 그래서 특별히 새로운 법을 제정했을 뿐입니다. 그렇다고 10년 전에 합법적으로 한국 콘텐츠를 볼 수 있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상황에 맞는 더 섬세한 수단을 만들었을 뿐 기기 발달 등으로 인해서 통제 가운데서도 북한 주민들의 외부 정보 수요가 훨씬 늘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장 씨는 특히 2010년대 초반 북한에도 이른바 '스마트폰'이 보급되기 시작하며 이 같은 추세에 속도가 붙었다며, 이미 외부 정보에 노출된 북한 주민들이 과거로 돌아가기는 어려울 것으로 진단했습니다.

장혁 씨: 예전에는 사업에 외부 정보가 필요 없었지만 최근엔 미용이나 결혼 사업 쪽, 문화 관련 분야에서 사업을 하시는 분들의 외부 정보 의존도가 상당히 높습니다. 외부 정보가 적힌 책이나 매체를 입수하면 시장에서 우위에 설 수 있고, 주도권을 잡을 수 있는 것입니다.

역시 리과대학을 졸업하고 북한 국가과학원 발전문제연구소 연구원으로 일하다가 지난 2017년 탈북한 김건일 씨는 "2000년대 초반 까지는 북한 주민들이 드라마나 영화에 나타난 한국 사회의 모습을 사실이라고 믿지 않았다"며 "2010년쯤부터 청년들을 중심으로 한국 문화의 영향력이 커지고, 북한 당국이 이에 위기감을 느껴 규제를 강화하기 시작한 것 같다"고 설명했습니다.

김건일 씨: 2010년이 지나면서 세대가 바뀌고 청년층이 늘다 보니 점점 한국 드라마를 보지 말라는 지시를 듣지 않게 되는 것입니다. 한국이 잘 사는 나라고, 북한이 못 살고 있다는 것 정도는 다 알게 되니까 어찌 보면 '정권의 위기'까지 가게 된 것입니다.

김 씨는 다만 "함께 한국 드라마를 보다가 적발돼 처벌을 받고 온 친구는 다시는 함께 보자는 제의에 응하지 않았다"며 2010년대 중반부터 북한 당국이 외부 정보에 대한 규제와 처벌을 크게 강화했을 당시의 상황을 전했습니다.

강철환 북한전략센터 대표는 이 자리에서 "같은 한국 말을 쓰지 못하게 하는 '평양문화어보호법'은 일제시대보다 강한 탄압과 통제라고 볼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강철환 북한전략센터 대표: '자기야' 같은 말 쓰지 못하게 하고, '오빠'도 친오빠 말고 동네 오빠에게는 쓰지 말라는 식인 것입니다. 일제시대에 창씨개명 시키고 조선말을 못 쓰게 했다는 말은 들어 봤는데, 같은 한국말을 못 쓰게 한다는 해괴한, 그러니까 일제시대보다 더 열악한 통제와 탄압이 가해지고 있는 것입니다.

탈북민 출신인 강 대표는 다만 북한 당국이 새 법을 제정하고 처벌을 크게 강화했음에도 불구하고 북한 청년들이 외부 정보를 접하기 위해 여전히 노력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 같은 흐름을 막기는 힘들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탈북민이자 HRF의 한국 국장을 맡고 있는 이성민 씨는 같은 자리에서, 북한에서 접한 한국 드라마는 중독성이 매우 강해 눈을 떼기 힘들었다는 경험을 전하며 문화를 통한 정보 유입이 다른 방식과는 비교할 수 없는 힘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날 토론회는 '플래시 드라이브' 등 새로운 기술을 통한 대북 정보 유입을 주제로 한 만큼, 청중들을 대상으로 스마트폰을 통한 실시간 투표를 진행하는 등 이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진행됐습니다.

HRF가 진행하고 있는 '자유를 위한 플래시 드라이브' 프로그램은 전 세계에서 기부받은 USB, 이동식 저장장치에 한국과 미국 등 외부의 영화, 드라마를 담아 북한에 전하는 대북 정보 유입 운동입니다.